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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아빠 덕에 사서 고생?

해병대 캠프 오기까지, 이게 웬 사서 하는 고생?

태양이 가족들 중 그런 생각을 안하는 이는 아마 아빠인 김용식(41·전북은행 전주공단지점 영업점장)씨 하나뿐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평소에도 원칙을 중요시하는 그가 가족들의 2박3일간의 해병대 전략캠프 입소를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인 추미랑(41)씨, 그리고 큰 아들 태양(11·전주 신성초 3), 둘째 아들 태헌(10·신성초 2) 모두 왜 등따스운 아파트의 방을 놔두고 살벌한 분위기의 내무반 막사에서 깔깔한 담요 아래 새우잠을 자며 정초부터 고생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지난 주말 전북 무주의 해병대전략캠프에 입소하며 처음 부딪힌 것은 얼룩덜룩한 해병대 군복에 빨간 모자를 쓴 교관의 살벌한 얼굴이었다.

“지금 본 교관이 ‘실시’하게되면 가지고 온 소지품 들고 차례대로 내려 정문앞에 집결합니다. 실시.”

그때만 해도 함께 버스를 타고온 캠프 입소자들은 굼뜬 행동으로 집에서, 회사에서 원래 그랬듯이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고 지급받은 군복으로 갈아입은후 연병장에 모이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상황은 변했다. 빨간 모자의 계속되는, 고압적인 목소리. “동작 봐라, 동작 그만. 3기 교육생들 모두 개판 오분전, 뒤로 굴러 실시한다. 앞으로 굴러 실시한다. 다시 뒤로 굴러.” 몇차례 꽁꽁 얼어붙은 운동장 흙마당위로 엎어지고 자빠지며 포복을 하고나자 참가자들의 안색이 모두 핼쑥해졌다. 한마디로 군기가 잡힌 것이다.

그러나 자기를 돌볼틈도 없었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태양이는 어떻게 견딘다해도 왜소한 체구에 몸도 허약한 둘째 태헌이는 앞줄에서 잘하고 있는지…. 훈련에 앞서 몸을 푸는 PT 체조 도중 태양이 아빠의 얼굴을 훔쳐봤다. 새파란 겨울 하늘 아래 굳게 입을 다문 남편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예전 군대밥 먹을 때 생각이 나는지 펄펄 날았다.

이럴줄 알았다. 아빠는 항상 뭔가 달랐다.

매일 아침, 풍욕에, 냉온욕을 시키며 아침잠을 설치게 만드는 아빠였다. 이번 겨울에도 친구들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모두 스키장을 찾았다. 어떤 친구는 날씨가 따뜻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도 했다. 그러나 아빠는 방학이 시작되자 극기훈련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리고 불쑥 집이 있는 전주에서 가까운 무주에 해병대병영 체험 캠프가 있다며 함께 입소해 훈련을 받자고 했다.

블록을 이용한 병정놀이라면 자신있지만 실제로 훈련에 참가하면 과연 할 수 있을까. 체력단련을 위해 하나둘, 하나둘 구령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고무보트를 머리로 인채 강변을 달리고 그런 힘든 일은 어떻게 형들을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담력훈련이라는 이름아래 칠흑같은 한밤중 혼자 공동묘지를 한바퀴 돌아와야 하는 일은 죽기보다 하기 싫었다. 빨간 모자를 쓴 아저씨는 연일 무적해병, 귀신잡는 해병이란 얘기를 했지만 거꾸로 내가 귀신에게 먹힐 것만 같았다.

오늘 저녁 식사시간엔 어떤 형이 식판을 비딱하게 식탁위에 올려놓았다고, 오와 열이 맞지 않는다고 밖으로 내몰려 추위에 떨며 혼자 식사를 했다. 그 형을 보며 나도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식사전 구령을 더 힘차게 외쳤다.

“불굴의 투지와 필승의 신념으로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자랑스럽고 강한 무적해병이 되겠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남긴 음식은 옆의 동료가 해결해야 한다는 말에 4분간의 짧은 식사시간이었지만 후다닥 식판을 비웠다.

사실 가슴이 아팠다. 원칙이 없는 사회에 살며 조금은 고지식하게 원칙을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항상 생활의 규율을 강조했다. 아침 6시 30분으로 정해놓은 아이들 기상시간 때문에 아내와 종종 말다툼도 벌이곤 했다. 아내는 아이들 잠투정을 받아주다가 이따금 시간을 어겼다. 물론 천사처럼 곤히 잠든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더 보고 싶었겠지. 그러나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지내다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간단 말인가.

이번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도 순전히 내 의지로 실현된 것이다. 그래도 걱정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해병대 캠프에서의 훈련은 어린 아이들이 따라하기엔 고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제식훈련, PT체조, 각개전투, 유격훈련, 고무보트(IBS) 훈련과 내무반 생활, 불침번서기 등 꽉 차여진 일정의 병영체험은 옷벗고 창문을 열어놓은채 마루에 누워있거나,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는 냉온욕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오전 6시 30분, 희미하게 동이 터올 때 아이들과 나란히 서서 참가한 교육생들과 함께 운동장을 돌았다. 제법 아이들이 구령도 힘차게 외치고 뒤처지지 않고 따라와준다. 기특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오늘 오전에 실시하기로 한 외줄에 의지해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고 높이도 11m에 이르는 방벽에서 내려오는 레펠(rappel)훈련을 아이들이 제대로 해낼지.

급기야 시간이 됐다. 순서대로 아이들이 훈련용으로 만들어놓은 방벽의 철제계단에 오른다. 저나마도 제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큰 아이 태양은 혼자 잘 올라가는 것 같다. 문제는 둘째 태헌이었다. 계단을 붙잡고 바들바들 떤다. 너무 어려 보기 안됐는지 빨간 모자가 손을 잡아줘 간신히 방벽에 오른다. 가슴이 콱 막혔다. 이렇게까지 하는 일이 과연 옳을까.

소박한 생각으로 살았다.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는 사회. 그래서 비록 일등은 못돼도 인성이 바르고 자기가 맡은 역할 충실히 해내는 사람으로 아이들이 커줬으면 하고 항상 바랐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절제와 균형감 있는 생활태도라고 믿었다.

세상은 혼탁하기만 하다. 원칙이 죽었고 편법이 판친다. 그러나 언제 세상이 제대로 될 것인가. 기성세대는 언제나 한점 티끌없는 진실로 고해성사의 자리에 나올 것인가.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새해에는 좀더 각오를 다지자는 것이었다.

힘들겠지만 이런 극기훈련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을 면역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사람 구실 하는데 있어 기본을 갖추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 이런 곳에서 그나마 아이들이 꿋꿋이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선 이런 별스런 통과의례가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모른다.

/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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